교토 잇슨보시 라멘 추천, 10석 남짓한 작은 공간이 주는 압도적 육수의 맛

가이드가 추천한 맛집
거의 유일했던 11시 오픈 라멘집
긴가민가 오픈 런 뒤 길어지는 대기 줄

청수사 골목 안, 라멘계의 작은 거인 ‘잇슨보시 라멘’

오사카 여행과 더불어 교토까지 여행을 생각했지만 정작 계획은 안세웠거든요. 왜냐면 하루하루투어의 교토 버스 투어를 통해 가다보니 딱히 세울 생각을 안 했어요. 막상 교토로 가다보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하더라구요.

마침 점심시간이 청수사(기요미즈데라)에서 잡히다보니 선택 장애가 왔습니다. 수많은 식당 중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또 마침 가이드께서 맛집 리스트를 보내주셨어요. 엄선된 맛집들 중에 가장 빨리 오픈하면서도 맛있는 집을 찾아서 갔습니다.

바로 작은 점포로 강한 인상을 주는 라멘집 ‘잇슨보시 라멘’입니다.

긴가민가 오픈 런, 맛집이라면서 한산한데?

근데 막상 가니까 이제 막 오픈해서 그런지 3명 한 팀만 있었습니다. 게다가 맛집 오픈 런하면 아무리 영업 시작이라고 해도 대기 줄이 있거든요. 대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문 앞의 메뉴판에서 잇슨보시(一寸法師, Issun-boshi)라는 이름을 보고 긴가민가하며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오픈 런이었습니다.

자리 잡고 가방 정리한다고 뒤 돌다가 봤는데, 세 팀이 우리처럼 가게 이름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게를 둘러보다가 무심코 창밖을 다시 내다봤는데, 어느새 가게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했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기에 있었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곳이 명백한 맛집임을 직감했습니다. 그제서야 10석 남짓한 작은 공간이 주던 묘한 긴장감은 곧 기대감으로 변하더라구요.

교토의 라멘지도 Kyoto Ramen Map
그도 그럴 것이 교토 관광공사(?)에서도 인정한 라멘 맛집이다. / Photo by PLT, Rodie

반전의 비주얼과 정갈한 육수: 두 가지 라멘의 조화

여기서 라멘 두 종류를 시켰습니다. 매력이 극과 극이더라구요.

하나는 맑은 국물 라멘으로, 차슈가 보기 좋게 올라가 있는 라멘입니다. 다른 하나는 돼지고기 매운 라멘 스타일인데, 그릇 가장자리에 얇게 저민 차슈를 투박하게 널어 줍니다.

교토 잇슨보시 라멘의 차슈 라멘 Kyoto Issunboshi Ramen's Chashu Ramen
교토 잇슨보시 차슈 라멘. 아침 해장에 좋은 깔끔한 라멘. / Photo by PLT, Rodie

저는 국물이 깔끔한 라멘을 먹었는데요. 막상 주문할 때 메뉴 이름을 기록하지 않아서 구글링을 해봐도 안나와서 잘 모르겠네요.

일단 라멘 위로 파와 숙주, 차슈를 정갈하게 올리고 눈맛 입맛을 사로잡은 라멘이예요. 깔끔한 맛이 좋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일본 사람들은 라멘 국물을 잘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다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한테는 딱 맞는 맛이라서 그런가 국물까지 “완라”했습니다.

기름지지 않고 깔끔하게 마셔 넘길 수 있는 육수에 돼지고기의 잡내도 없어서 순대국, 아니 바지락 칼국수 수준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토 잇슨보시 라멘의 매운 돼지 라멘 Kyoto Issunboshi Ramen's Spicy Pork Ramen
교토 잇슨보시 매운 돼지 라멘. 널어 둔(?) 고기가 인상적. / Photo by PLT, Rodie

돼지고기 매운 라멘은 같이 간 일행 형님이 드셨어요. 잇슨보시 라멘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라멘이라고 하네요. 매콤하고 달짝지근하면서 라멘의 맛을 놓치지 않고 느낄 수 있었다고 해요. 근데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이 부분은 감안하고 드시기 바랍니다.

일부 일본 라멘 매니아나 일본 현지인은 리뷰에 ‘기대를 넘지 못한다’고 남긴 걸 봤거든요. 하지만 이런 리뷰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차라리 일본 라멘에 도전하신다거나 일본 현지에서 먹었던 라멘에서 맛의 괴리를 느꼈다면 잇슨보시 라멘에서 치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 사견이지만 ‘음식 맛은 오리지널보다 오리지널향 첨가 음식이 문화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산낙지(외국인 한정), 홍어나 과메기처럼 처음부터 하드코어한 맛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키니까요!

느림의 미학, 생맥주와 라멘이 만나는 기막힌 템포

근데 이 집의 단점은 서빙이 너무도 느리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러려니 했습니다. 아무리 빨리 나올 것만 같은 라멘이라고 해도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니까요.

라멘을 주문하면서 일본 여행의 묘미인 생맥주도 분명 같이 주문했거든요. 그런데 주문한 라멘이 나올 때 쯤 되어서야 나오더라구요. 생맥주 한 모금 마시니 라멘도 서빙되었습니다.

교토 잇슨보시 라멘의 생맥주 Draft beer at Kyoto Issunboshi Ramen
교토 잇슨보시에서 아침부터 생맥주(해장술 아님ㅋ). / Photo by PLT, Rodie

한국 식당의 속도에 익숙해서 서빙이 다소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좋게 포장하면, 거품의 비율을 맞추며 정성껏 잔을 채우느라 늦었을 수도 있고, 우리가 했던 주문들과 템포를 맞추기 위해 천천히 서빙했을 수 도 있습니다.

라멘이 서빙되는 타이밍에 맞춰 기막히게 라멘이 나왔기에 망정이지, 맥주 한 모금, 라멘 한 젓가락을 맛보기에 그토록 긴 시간이 걸릴 줄은 알았다면 맥주를 먼저 달라고 재촉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서두르지 않는 모습으로 여행지에서의 여유를 느껴보려 했다고 포장하고 싶네요.

한국인 여행자의 눈으로 본 ‘현실적인 호기심’

식사를 하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 8석에서 10석 남짓한 이 좁은 가게가, 교토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며 유지가 될까?”

교토 잇슨보시 라멘의 분주함을 담당하는 외국인 알바생 The foreign part-timer in charge of the busyness at Kyoto Issunboshi Ramen
일본에는 유독 외국인 파트타이머가 많다 / Photo by PLT, Rodie

주방에는 일본인 사장님 외에도 외국인 아르바이트생들이 여럿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가게 한편엔 유료 과일 바구니까지 놓여 있었죠. 박리다매가 불가능한 구조임에도 줄을 서는 손님들을 보며, 결국 핵심은 ‘회전율’과 ‘밀도 있는 맛’의 타협점에 있음을 짐작해 봅니다. 또, 잇슨보시 라멘이 100그릇 한정을 걸어놓고 장사하는 만큼, 음식 가격 프리미엄이 붙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록 호기심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정성이 집중된 한 그릇을 받는다는 신뢰로 다가옵니다.

잇슨보시 라멘, 작기에 더 선명한 여행의 기억

우리는 흔히 크고 화려한 곳에서 정답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이드의 추천으로 우연히 발을 들인 잇슨보시 라멘은 작아도 충분히 강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계획대로 딱 맞춰 들어간 그 짧은 순간의 타이밍, 그리고 맥주 한 잔의 여유가 교토 여행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기억이 되어줄 것입니다.

교토 잇슨보시 라멘의 주방 Kyoto Issunboshi Ramen's Kitchen
작은 주방의 분주함 또한 잇슨보시의 서비스, 맛이 아닐까 / Photo by PLT, Ro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