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고유가 시대 “왜 우리는 ‘전기차’와 ‘내연차’로 나뉘어 싸우는가?”

시기상조라 천대받던 전기차
이제는 시기질투의 상징인가
서로의 위치에서 이해가 필요

요즘, 여행을 떠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여행의 설렘을 안고 떠나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유가를 신경쓰게 됩니다. 실제로 도로로 나서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정보는 아마도 주유소 전광판에 찍힌 기름값이 아닐런지요.

그리고 그 옆을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수많은 전기차도 눈에 들어올 거예요. 유가에 영향받지 않음을 온 몸으로 과시하며 지나갑니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만 해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심지어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와 숱한 배터리 폭발 사고 등으로 인해 ‘달리는 화장터’라는 조롱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이란 전쟁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음을 느낍니다. 동시에 우리 여행 환경도 바꿔버렸지요. 이런 변화는 전기차에 대한 시선을 ‘멸시’에서 ‘분노’로 바꾸고 있습니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분위기 반전, 전환의 진통

2025년 70여만 대였던 전기차는 이제 도로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차종이 되었습니다. 2025년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기차는 ‘기술의 최전선에 있지만 아직은 위험한 자동차’였습니다. 그래서 대용량 전고체 전지의 개발과 발달에 따라 배터리 안정성이 높아지게 될 때 ‘타고 다닐만한 자동차’로써 구매하겠다는 것이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원유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전기차에 대한 시선을 바꾸게 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내연차보다 전기차가 비싼 터라 그간 외면하고 있었지만, 기존 전기차 오너들이 타고다니며 전기차의 성능과 경제성을 증명한 데이터가 국내 포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접함으로써 분위기가 반전되어가고 있습니다. 내연차 오너 중에도 전기차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거나 전기차 보조금이 고갈된 시점이라고 하더라도 구매를 하는 이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이러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고유가로 인해 내연차 유지비가 급등하자, 이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불똥이 튀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유류세를 내며 고속도로 통행료를 제 값 주고 다니는데, 왜 전기차는 혜택만 받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죠. 이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전환의 진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도 기름으로 만드니 전기료에 세금도 붙여야 한다! → X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운행에서 2부제 운행까지 규제가 확산되고, 2026년 4월 휘발유값이 2,000원을 넘어 서게 되면서 전기차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멸시의 시선으로 보거나 ‘신 포도’ 정도로 여기던 전기차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난의 목소리는 맥락과 전혀 맞지 않게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더라구요.

Error 1 : 기름으로 전기를 만든다! 고통분담에 동참해라!

가장 많이 하는 주장이자 흔한 오해 내지는 무지의 소치라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2024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원자력 31.7%, 석탄 28.1%, LNG 28.1%, 신재생 10.5%, 양수 0.8%, 기타 0.6%, 유류 0.2%입니다. 순수하게 유류 만으로 생산하는 전기는 0.2%, 당장 내연기관을 이용하여 에너지원을 수송함으로써 생산해야만 하는 경우는 LNG가 대부분입니다. ‘기름으로 전기를 만드는 것’은 극소수입니다.

현재 2025년 우리나라의 전기차가 60만 대라고 가정하고, 전비 5.2km/kWh 밖에 안되는 차량 당 300km를 운행한다고 치면 에너지 소비량은 약 34,615,400kWh입니다. 즉 34,615mWh, 35gWh입니다. 2024년 신재생에너지 총 생산량 10.5%에 63,155gWh입니다. 35gWh를 단순 365일 계산해도 12,775gWh에 불과합니다. 전기차가 300만 대가 하루 300km를 운행해야 신재생에너지 1년 생산량을 다 써먹는 겁니다. 즉, 전기차는 발전 부분에서 유류 에너지와 연관지을 수 없습니다.

Error 2 : 고성능, 고급차량이니까 세금을 더 내라!

기술이 좋아져서 배터리가 오래 가고 출력이 좋아진 것은 ‘혁신’의 영역이지 ‘과세’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성능 좋은 최신 스마트폰을 쓴다고 해서 세금을 더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내연차도 동일 배기량에서 엔진 성능이 좋아진다고 하여 세금을 추가로 붙이진 않습니다. 환경과 효율성을 위해 친환경차량을 선택한 이들에게 되려 벌칙을 주자는 건 치기 어린 사고로 취급될 뿐이죠.

Error 3 : 전기를 많이 쓰니까 전기세를 부과하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870리터대 1등급 효율 냉장고는 한 달 30kWh를 씁니다. 반면 전기차는 5~6km를 가는 데에 1kWh를 소비해야 하니까 300km를 가야한다면 하루 60kWh를 써야 합니다.

kWh 당 발전단가도 따져봅시다. LNG는 150원 전후, 원자력 55원, 석탄 80원 수준입니다. 여기서 1kWh로 5km를 갈 수 있으니, 전기차가 1km를 가는데에 LNG 30원, 원자력 11원, 석탄 16원의 자원이 소비됩니다.

그렇다면 내연차는 어떨까요? 휘발유 차량은 대체로 1L 당 12km를 갑니다. 휘발유 가격을 따져봤을 때, 이란 전쟁 전 기준으로는 1km 당 125원, 현재 휘발유 2,200원 기준으로 본다면 1km 당 180원입니다. 세금을 제한다면 1,300원 수준이니 1km 당 약 105원이네요.

충전용 전기도 이미 각종 추가 지불액이 따라 붙습니다. 파워큐브의 이동형 표준 요금제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요금과 전력 사용량에 대한 요금 외에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이 붙거든요. 결코 면세로 쓰는 전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우리나라 정책에서는 노후 경유차처럼 환경 오염에 영향을 주는 경우, 패널티가 따라 붙습니다. 환경 보호가 세계적인 추세에서 친환경 차량에 징벌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정책을 펼친다면 밤티 취급 받기 딱 좋습니다.

내연차와 전기차, 각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 내연차를 유지하고 있다면, 비난보다는 내연차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전기차 유저들이 충전기 앞에서 30분, 1시간씩 줄을 서며 여행 시간을 소모할 때, 내연차는 5분 만에 주유를 마치고 즉시 떠날 수 있습니다. 주유소 인프라도 시골 구석에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있는 셈이죠. 비싼 유류비는 그 자유에 대한 지불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반면 전기차는 압도적인 저비용으로 여행의 밀도를 높입니다. 아낀 연료비로 더 좋은 숙소나 맛있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얻는 것이죠. 물론 차량 가격이 고가인 것은 함정입니다.

정보를 장악한 자만이 누리는 진짜 자유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차를 타느냐가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입니다. 급격히 불어난 전기차 수에 비해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보 리터러시’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테슬라를 운용하고 있다면, 이렇게 전기차가 늘어난 상황에서 DC콤보 어댑터를 챙기는 건 필수 옵션이 되버렸습니다. 슈퍼차저나 워터 NACS만 고집하다가는 여행 중에 전기차 충전소 앞에서 충전도 못하고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는 유연함이 앞으로의 전기차 여행의 승패를 가릅니다.

세상은 늘 변합니다. 누군가는 그 변화를 모르고 멈춰 서 있고, 누군가는 그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현재의 운용 환경에서 나에게 가장 유리한 부분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술의 진보는 멈추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