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 옆 정록쌈밥
아이 2명 포함 4인 가족
무난한 저녁식사로 추천
벚꽃을 보기에는 다소 늦은 봄 날, 가족들과 함께 경주 나들이를 갔는데요. 집으로 돌아 와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생각보다 경주 구경을 오래 하는 바람에 그냥 경주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찾으려니 황리단길 유명 맛집은 대기가 길고, 아이들의 입맛까지 고려하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더라구요.
“쌈밥 먹을까?”
쌈밥 집에서는 여러가지 반찬이 같이 나오기도 하고 나올 아이들 입맛에도 맞을 것 같아서 가까운 쌈밥 집 중 평이 좋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대릉원 돌담길에 유명한 쌈밥 집인 정록쌈밥이 있었어요. 화려한 멋보다는 집밥 같은 든든함과 신선한 채소로 입맛을 만족시켜 주는 곳이었습니다.

4인 가족 주문: 제육쌈밥 3인분과 떡갈비 1인분
정록쌈밥은 ‘1인 1메뉴‘가 원칙이더라구요.
1인 1메뉴일 때, 성인 2명과 아이 2명인 경우에는 메뉴 선택이 항상 고민이죠. 아직 매운 걸 잘 못 먹고 메뉴 하나를 다 못 먹는 위장의 아이들이라서 어른의 입맛과 아이들의 식사 양을 모두 충족시킬만한 메뉴를 무엇으로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주문했습니다. 결국 제육쌈밥 3인분과 떡갈비 1인분으로 4인분 맞춰 주문했습니다.

제육볶음, 떡갈비, 꽉 찬 공기밥
제육볶음은 뚝배기에 담겨 있어서 온기가 오래갑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바로 주기에는 뜨거우니까 앞 접시도 요청했더니 금방 가져다 줬어요. 아이들에게는 제육볶음 위에 얹은 콩나물을 잘 버무려 섞어서 덜어 줬어요.

떡갈비는 달큰한 양념 덕분에 쌈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밥 한 그릇을 비워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굳이 떡갈비 먹으러 보문단지 인근이나 황리단길 떡갈비 맛집 찾아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있었어요. 아이들도 제육볶음과 함께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거 아시죠? 요즘에는 식당에서 ‘꾹꾹 눌러 담은 공깃밥’을 보기 힘들다는 거. 정록쌈밥에서는 꾹꾹 담아서 나왔습니다. 안그래도 경주 시내 사적지 투어는 도보 여행이 주를 이루는데, 눌러 담은 공깃밥은 도보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정록쌈밥만의 먹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밥 양이 넉넉해 어른들도 아이들도 부족함 없이 맛있게 먹어서 좋더라구요.
맛의 증거: 쌈채소와 재료소진
쌈밥집이 맛집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채소의 신선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쌈채소를 보니 케일, 상추, 그리고 당귀도 나왔어요. 쌈채소 외에도 미역이나 부드럽게 삶은 잎채소들도 있었구요. 평소 집에서 쌈을 잘 먹지 않아 아이들은 아직 쌈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채소를 반으로 잘라 조금씩 싸서 줬더니 거부감 없이 잘 먹었어요.
개인적으로 당귀 특유의 쌉싸름한 향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제육볶음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니까 먹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아이들은 향이 강한 향채는 커녕 쌈도 잘 못 먹는 지라 당귀는 오롯이 제 몫이었습니다.

반찬 중에서는 대멸치젓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게 비리지도 않고 감칠맛이 좋아 쌈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줬어요. 쌈채소 위에 밥, 제육볶음, 자른 멸치젓 약간 얹어 먹으니 쌈을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재료 소진 주의! 저녁 방문 시 골든타임 확인하기
해가 지기 직전에 갔었는데 우리 앞에 웨이팅이 5팀 있었지만 회전율이 좋아서 금방 앉았습니다.
주문한 게 막 차려질 때, 우리 옆 테이블에 마지막으로 들어 온 사람들이 앉았거든요. 재료 소진됐다고 딱 그 팀까지만 받았습니다. 마지막에 들어 온 바로 옆 팀은 주문하려 했던 해물파전이 재료 소진되어서 주문하지 못하고 쌈밥만 주문하더군요. 그날 준비한 식재료가 당일에 모두 소비된다고 생각한다면 신뢰할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 저녁 시간 방문할 계획이라면 미리 예약하거나 일찍 가시기 바랍니다.
밥심을 채워주는 정록쌈밥
생각해보면 완벽한 맛집을 찾아 가려하기보다, 정록쌈밥처럼 기본에 충실하고 밥심을 채워주는 곳에서의 식사가 여행의 여유를 더 해줬습니다. 꽉 찬 밥 한 공기가 생각보다 든든해서 경주 여행하시는 분들도 들를만하겠더라구요.
이날 식사 중 흥미로웠던 점은 건너편 테이블의 외국인 여행자들이었어요. 지평생막걸리를 곁들여 쌈밥을 즐기는 모습에서 “나보다 더 맛있게 먹네”,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 인사이트: 10년 차 여행자의 여행 노하우? 현지인과 친구 되고 맛집 정보까지 얻는 ‘문화 존중’ 기술 보러가기) 운전을 해야 해서 술 한 잔의 낭만을 미뤄두어야 했던 입장에서는 그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내심 부럽기도 했습니다. (시원하게 막걸리를 들이 키는 모습을 보며 시원한 물로 대리만족 했어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만족스러웠던 정록쌈밥. 다시 가 볼만 한 식당으로 저장해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