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에 취약한 전기차?
급발진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님
급발진은 인적오류의 개입이 큼

지난 2026년 4월 11일, 경주 보문단지에서 벤츠 EQE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를 이탈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평범한 주행 중 갑작스러운 가속과 함께 차내는 아비규환이 되었고, 운전자가 도로 위 차량들을 피해 가속 주행하다가 결국 커브 지점에서 도로를 이탈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사고는 유족들이 벤츠 EQE가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는데요. 피해자가 베테랑 운전자였기에 조작 오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마지막 주행 영상을 보면, 가속하는 도중에도 다른 차량의 충돌을 막기 위해 차량들을 회피하다가 사고로 이어집니다. 더욱이 지인들과 여행 중에 일어 난 사고라고 하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기계 탓만 할 수 없는 급발진
급발진이라고 하면 보통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전기차의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발생한다고 으레 떠올립니다.
하지만 급발진은 기계적 결함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 급발진은 기계적 결함도 원인이 되지만 대부분 인적 오류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죠. 정확히는 인적 오류(Human Error) 중 의도하지 않은 사항에 해당하는 ‘실수(Slip)’입니다. ‘급발진’이라는 상황은 정확하게 인지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은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기계적 결함에 의한 급발진
- 인적 오류에 의한 급발진
기계적 결함 급발진일 수 없는 3가지
전기차는 전기적 신호를 이용합니다. 마치 비행기의 Fly-by-wire 처럼요. 소프트웨어의 개입과 통신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렇다보니 시스템이 촘촘하게 짜여있습니다.
- 듀얼 트랙 센서(Redundancy): 가속 페달은 항상 2개의 독립된 신호를 전송하며, 값의 오차가 발생하면 즉시 출력을 차단하거나 림프 홈(Limp Home) 모드로 전환됨.
- 브레이크 오버라이드(BOS): 가속과 브레이크 신호가 동시 입력될 경우, 무조건 브레이크 신호를 우선 처리하도록 설계됨.
- 물리적 제동력의 우위: 소프트웨어가 폭주해 모터에 최대 토크를 지시하더라도, 정상 작동하는 유압식 브레이크의 물리적 힘은 이를 강제로 제압할 수 있음.
희박한 확률로 통신 노이즈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 모든 방어 기제를 동시에 무력화시키는 것은 공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급발진을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브레이크가 우선순위에 있으며 브레이크의 제동능력이 우세해서 무조건 제동합니다.
인적오류 급발진인데, 왜 베테랑 운전자한테 발생?
경주 벤츠 EQE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지만, 한편 저는 인적오류에 의한 급발진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베테랑입니다. 이들은 ‘차량이 갑작스럽게 가속했고 제동할 수 없었다.’,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대중들도 운전자들의 운전 경력만 본다면 ‘저 정도 경력을 가졌으면, 사고 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요.
브레이크를 밟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EDR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운전자 주장과 달리 브레이크 기록은 온데간데 없고 가속페달 100% 입력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인적오류로 인한 급발진은 의외로 수십 년 무사고 경력의 베테랑일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긴 경력 동안 실수한 사례가 적을수록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심지어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그래서 급발진 상황에서 멈춰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속페달을 밟고, 사고 이후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가속페달을 밟은 것을 추후에 인지했든 안했든 말이죠.
브레이크 대신 엑셀레이터 밟는 2가지 상황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순수한 ‘실수’입니다. 감속을 해야 할 상황에서 가속을 하는 것이죠. 감속의 의도로 밟았기 때문에 감속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가속을 하게 됩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고 급발진이 이어집니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 급발진의 빌미가 되는 겁니다. 시스템의 오류로 가속 신호를 주는 경우와 크루즈가 걸린 상태에서 차간 안전거리 유지와 같은 감속 요소가 없어질 때 가속하는 경우, 순간적인 가속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자는 듀얼 트랙 센서로 방지가 되어 순간 가속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후자는 차량 특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운전자의 주의를 요하게 됩니다.
이 때, 운전자의 반응은 ‘앗’하며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 겁니다. 시스템은 이미 이상 없는 상태이지만 이번에는 운전자가 급발진합니다. 시스템의 이상 반응이 시작이었다면 운전자의 실수로 급발진을 이어가는 상황이지요.
결과적으로 ‘실수(Slip)’를 저지르는 겁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인지한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확신하지만, 실제로는 패닉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짓누르고 있던 겁니다. 항공 사고에서 말하는 ‘자이언트 핸드(Giant Hand)’가 있어요. 비행 착각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수정하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조종간에서 손을 못 떼는 현상과 유사합니다.
우리는 급발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현재 시판된 전기차 기준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페달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크루즈 모드를 해제하고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겁니다. 회생제동을 이용해 감속하는 것이 확인되면 침착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을 해야 합니다.
저는 모델 Y RWD로 가끔 비상 제동 절차를 테스트합니다. 차가 의도와 다르게 튀어 나간다면 근육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줘야 하니까요.
- P버튼 누르기: 주행 중 P버튼을 길게 눌러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개입, 강제 제동.
- EPB 활용: 타 사의 경우 센터 콘솔의 EPB 스위치를 지속적으로 당겨 비상 제동 활성화.
- 시뮬레이션: 안전한 공터에서 EPB 작동과 풀 브레이킹 감각을 몸에 직접 각인.
결국 시스템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결국 사람이 개입하고 감독해야 하므로 운전자의 시스템 통제 능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전기차 시대를 안전하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차를 의심하기 이전에, 달라진 인터페이스에 내 몸을 맞추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오래된 경력이 숙련된 운전 능력과 같다고 할 수 없는 만큼, 인적오류로 인해 급발진을 하지 않도록 대처하고 준비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