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메이와쿠(민폐) 문화
변질된 정의의 선택적 폭력
비겁한 회피로 꼬리 끊기
이번엔 일본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 또한 상대의 문화와 행동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요. 최근 일본 여행과 관련하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어깨빵‘.
좁은 통로, 길, 지하철역에서 고의로 부딪히고 지나가는 행위인데요. 단순히 무례하다고 여기기보다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무례’라는 말에 멈칫하실 겁니다. 왜냐면 일본은 ‘메이와쿠 문화(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음)’가 강할텐데 웬 무례냐 싶으실 거니까요. 상충되는 개념이 어떻게 공존하게 되었는지, 약자를 대상으로 일본 어깨빵이라는 폭력을 벌이게 되었는지, 또, 본인들의 잘못을 외국인 탓을 하며 꼬리를 끊는 것인지 그 이중적인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도록 합시다.
“메이와쿠”란 무엇인가
미혹이라는 불교 용어에서 온 메이와쿠는 오늘날 타인에 대한 폐, 즉 민폐를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타인에게 번뇌를 일으키게 하지 말자.”
근대에 들어 서양식 매너와 준법 문화를 받아 들이게 되면서 메이와쿠 개념을 접목시켜 사회 질서 유지에 용이하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었는데요. 그 덕에 개인과 집단과의 경계가 확실하면서도 동시에 융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간섭은 하지 않되, 집단에서 튀지 않는 경향을 보이게 된 것이죠.
그러나 이게 긍정적인 모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민폐의 기준이 워낙 대중 없다보니 입장 차이에 따라 메이와쿠가 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식 가스라이팅, 즉 학교폭력(이지메, 왕따), 불의에 대한 침묵, 표현의 억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네가 먼저 했으니까” 일본식 가스라이팅
일본 어깨빵을 당한 여행객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어깨빵 그 자체가 아닙니다.
바로 가해자의 당당함에 기인합니다. 그들은 상대가 자기의 동선을 막거나 이동 속도가 느리면 ‘공공의 질서를 해친 죄=민폐‘로 규정하고 응징합니다.
“일본 문화를 모르고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여행객에 대한 ‘훈육'”
한 마디로 축약하면 이런 식으로 정당화합니다.
그마저도 강약약강
하지만 정작 일본 내국인이 메이와쿠를 범했을 때 반응은 모순적입니다. 밤거리를 점령한 토요코 키즈들이 벌이는 공공질서 파괴나 번화가에서 주사를 부리는 취객의 행패에는 관대하거나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그들 기준에서 메이와쿠 잣대를 들이밀며 ‘훈육’하다가는 물리적으로 역공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메이와쿠 문화로 인해 훈육하다가 그 소란에 휘말리게 되면 훈육자보다 훈육 대상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기에 선뜻 정의를 펼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일본 어깨빵은 공공질서 수호를 위해 벌이는 정의로운 행동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선택적으로 만만한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거죠.
“너흰 모르니까” 1등 국민의 뒤틀린 자부심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모습은 기본적으로 그들 사회 시스템에서 기인합니다. 메이와쿠 문화 속에서는 개인 간의 선을 지키며 집단에 동조해야 합니다. 이런 문화의 단점은 ‘다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겁니다.
장애인, 부락민, 외국인은 사회 시스템에 쉽게 편입되지 못하는 존재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 인종 차별(특히 아시안)이 남아있는 겁니다. 외국인은 돌발 요소로써 질서 유지를 위해 배제해야 하거나 교정해야 할 대상이니까요.
오늘날 여행객이 겪는 무례함, 특히 어깨빵은 이러한 문화의 뒤틀린 현실입니다. 그들에게 외국인은 환대 해야 할 손님이 아니라 그들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오버투어리즘의 현신인 거죠. 이마저도 그들은 문화를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왜냐면, 눈치껏 알아서 그들 질서에 들어오길 바랄 뿐이니까요.
“일본인이 아니고 중국인임” 비겁한 회피 주문
그럼 내국인(일본인) 메이와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일본인이라고? 아니, 그거 중국인이다.”
그들의 저변에 깔린 심리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이게 정확하게 나타나는 게 바로 ‘일본인 메이와쿠 동영상’입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일단 먼저 따라오는 반응이 “범인은 분명 중국인(또는 자이니치, 재일 한국인)임”이라는 겁니다.
내부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간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생각해 온 것들이 모래성마냥 무너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과오는 외부로 돌리는 ‘회피’, 쉽게 교정되지 않았던 중국인 탓으로 돌리는 ‘희생양 찾기’ 이렇게 나타나는 겁니다.
‘메이와쿠’를 강조하며 어깨빵을 쳤던 그들은 정작 일본인의 과오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이들이 바로 그들, ‘1등 국가 시민으로서 메이와쿠를 훈육하기 위해 어깨빵을 하는 일본인(어깨빵러)’의 정체입니다.
내 가족과 여행을 지키는 방법
다시 짚고 넘어가면, 일본인 모두가 어깨빵러가 아닙니다. 모두가 메이와쿠 문화를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타 대륙에서도 매너를 강조하는 이들이 아예 없진 않습니다. 오히려 시비를 거는 부류는 딱봐도 티가 날 정도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행동거지를 조심할 수 있는 예방,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어깨빵러들은 닌자처럼 은밀히 접근해서 사무라이처럼 대차게 여러분의 어깨를 치고 지나갈 겁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내 가족과 여행을 소중히 지키는 방법은 그들의 질서를 이해하고 일본 어깨빵에 적절히 대응하는 겁니다.
1️⃣1단계 : 논리적 반박
만약 일본 어깨빵을 당했다면 가해자를 붙잡고 눈을 똑바로 맞추십시오. 화났다는 걸 인지시키는 것도 중요하구요.
예를 들면,
“길이 좁다면 말로 해라. 약자에게 폭력을 왜 쓰냐?”
“狭(せま)いなら口(くち)で言(い)えよ。弱者(じゃくしゃ)に手(て)を出(だ)してんじゃねえよ。”
“세마이나라 쿠치데 이에요. 쟈쿠샤니 테오 다시텐쟈네에요.”
아니면 한국어로 그대로 강하게 말해도 됩니다. 어차피 어깨빵러들은 강자에게 약하거든요.
2️⃣2단계 : 메이와쿠 문화 역이용
주변에 다른 일본인들이 많다면 가해자를 붙잡고 왜 폭력을 쓰냐고 크게 소리치는 게 좋습니다. 남의 시선을 극도로 의식하는 그들에게 공개적이고 따가운 눈총은 그야말로 대망신이자 형벌이거든요.
“왜 폭력 씀? 사과해라.”
“なぜ暴力(ぼうりょく)?謝(あやま)れ。”
“나제 보우료쿠? 아야마레.”
이것만 반복해도 상대는 질립니다. 큰 소리로 반복할 수록 기세에 밀리고 난처해지거든요.
3️⃣3단계 : 도망가면 똑같이 보복⚠️
가해자는 메이와쿠를 해친 당사자가 되어 훈육당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자리를 뜨려고 할 텐데요. 약간 위험부담이 있는 방법이지만,교묘하게 발을 걸거나 쫓아가서 어깨빵 똑같이 날리십시오.(!) 그리고 사과를 하고(?) 빠르게 회피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외국인의 정당방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어깨빵러 물리치료에는 특화된 방법입니다.
그래도 일본은 정상이다.
이중성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어깨빵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소한 제가 만난 일본인들은 친절했고 많은 도움을 줬거든요.
또,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우리가 일본 특유의 질서에 들어 간 건 팩트입니다. 여행객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도 그들의 문화라고 어느 정도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다만 나의 존엄을 깎아가며 그들의 비뚤어진 잣대에 맞추라는 건 아닙니다 일본 사회의 명확한 한계를 인지하고 떠나야 여행지의 맥락에 맞춰 진정한 여행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