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향과 육향에 취하는 밤
진짜 일본 노포를 즐길 수 있는 곳
스미비야키 호루몬 카라카라테이
오사카에서 밥 한 끼 먹으려다 보면 뜨내기 장사나 인종차별에 기분 잡치기 딱 좋습니다. 쿠시카츠 노포랍시고 양아치처럼 장사하는 꼴에, 내 돈 내고 감정 소모하게 되거든요.
어디로 갈지 굉장히 고민많았습니다. 그냥 속 편하게 세련된 관광객 대상 야키니쿠 집 가서 먹고 올까 싶었죠. 그런데 같이 간 일행 분이 우리네 연탄구이집 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스미비야키 호루몬 카라카라테이‘였습니다. 찾아가는 길까지 긴가민가했지만, 도착하자마자 풍기는 분위기에 “여기는 진짜다” 싶었습니다.

관광객용 야키니쿠 대신 선택한 뒷골목의 박력
맛집이라서 보여줄 수 있는 내부
가족들이랑 다닐 때는 늘 검증된 곳, 깨끗한 곳만 찾게 됩니다. 사실 그게 편하다보니 이번에도 겉만 번지르르한 야키니쿠 집에 가서 먹을까 했습니다.
확실히 안 가길 잘 한 거 같아요. 오사카 난바 스미비야키 호루몬 카라카라테이는 결이 달랐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아니라 기름에 찌든 내부와 고기 굽는 열기가 만들어 낸 진짜의 분위기였습니다. 믿고 따라간 뒷골목에서 비로소 오사카의 진짜 민낯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화장실 옆자리면 어때, 무난하게 앉아 굽기
가게에 딱 한 테이블 남았는데, 하필 화장실 바로 옆이었습니다. 3월 말의 날씨에 아무리 일본이라고 해도 저녁은 쌀쌀한 감이 있었거든요.
평소 같으면 자리가 영 아니라고 고민했겠지만, 다행히 다들 성격이 무난했습니다. “이런 낭만 넘치는 분위기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며 앉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곳을 찾긴 쉽지 않은데, 그걸 하나하나 따지면서 패스하기엔 아까웠어요.
오토시 없는 담백함과 주먹시가 주는 육즙의 타격감
오토시 같은 건 없다. 극강의 담백함
이자카야나 쿠시카츠 같은 일본식 주점을 들어가게 되면 오토시 때문에 예민해지더라구요. 오토시랍시고 자질구레한 거 내주면서 500엔이나 요구하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기도 힘드니까요. 돈 몇 백 엔이나 내면서 뜨내기 취급받는 게 싫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요. (↓오토시에 대해 알아보러 가기↓)
일단, 스미비야키 호루몬 카라카라테이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메뉴판과 함께 담백하게 주문받고 차려줍니다. 좁은 가게임에도 군더더기 없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갔고 고기집임에도 회전율이 엄청났습니다. 장사 잘되는 집 특유의 활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어요.
빠릿빠릿한 서빙과 친절함, 여긴 한국인가?
자리에 앉자마자 생맥주부터 시켰는데, 주문한 것들이 딜레이 없이 빠릿빠릿하게 잘 나와서 좋았습니다. 금세 화로가 준비되고 자리가 만들어지더라구요.
또, 셋이 앉기에는 별로 좋진 않은 자리였어요. 가게 입구 쪽에 있으면서 화장실 옆 자리다 보니 갖은 집기가 다리에 걸리적거렸거든요. 근데 어설프게나마 자리 재배치를 요청했더니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해줬어요. 이런 배려는 의외로 일본에서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비우고 나니 주먹시(안창살)가 등장하더군요.
처음은 두툼한 주먹시와 무난한 갈비살
스테인리스 접시에 올려 담아 나온 주먹시는 두께가 두툼했습니다. 큐브 정도로 뭉텅뭉텅 썰어져 있었어요. 갈비살은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갈비살 두께였구요.
갈비살은 평범한 축에 들었어요. 근데 주먹시는 진짜 이것만 보고 스미비야키 호루몬 카라카라테이에 올 만 합니다. 잘 구워서 입에 넣으니 씹을 때마다 주먹시에서 육즙이 그야말로 터져 나오거든요. 너무 주시(Juicy)하고 맛있어서 가격(1인분? 1회 주문에 2,700엔)도 생각 못 하고 정신없이 먹었어요. 결국 이 맛 때문에 다음 날 저녁에도 또 찾아가서 한 판 더 때렸습니다.
여긴 무조건 가야 합니다.

치아를 밀어내는 우설의 탄력
우설도 맛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아삭거리는 식감이 주먹시와는 또다른 맛입니다. 아삭하다못해 제 치아를 튕겨내는 느낌이더군요. 고소한 맛도 나고 쫄깃한 맛도 나고 우리가 보통 먹는 소고기 부위가 아니라서 식감이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사각거리는 그 생경한 식감은 사실 제 취향이 아닌 터라 다시 주먹시를 더 시켰죠.

술은? 생맥주와 보리소주
술은 스타트로 생맥주를 시켰지만, 중간과 마무리는 로쿠로 마신 보리소주였습니다. 일본 소주는 처음이라 일행 분께서 보리소주를 추천해주셨어요. 고구마는 구수한 향 때문에 호불호 갈린다고 하시더라구요. 깔끔한 보리 향이 입안을 싹 씻어주는 게 매칭이 정말 좋았습니다.

거하게 먹고 넘어간 밤거리의 여운
배 터지게 먹고 보리소주로 기분 좋게 취해서 구로몬 시장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화려하게 꾸민 식당에서 적당히 먹는 것보다 이렇게 현지 감성으로 제대로 먹는 게 오사카에 대한 기억을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오사카에서 관광객 상대로 양아치 짓 하는 집들 가서 감정 소모하지 마세요. 좀 투박하고 냄새나면 어떻습니까. 화장실 옆자리에 앉아도 맘에 드는 가게에서 한 잔 걸치면 그게 여행의 낭만을 더해주는 겁니다.
오사카 여행 유일 이틀 연속 또 간 집이 될 정도로 낭만 넘치는 ‘스미비야키 호루몬 카라카라테이’. 겉만 번지르르한 야키니쿠 집 대신 진짜 숯 향 진동하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